폰트 저작권 위반
내용증명이 왔어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오늘은 폰트 저작권위반에 대해서 알아보려 합니다.
몇 년 전, 저 역시도 폰트 저작권 위반으로 내용증명을 받은 적 있는데요.
제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의 초창기 자막이 문제가 됐었죠.
당시 저는 편집 프로그램을 유료로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안에서 선택 가능한 글씨체들 역시 사용 권한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편집 프로그램에서 선택 가능한 글씨체 폰트는 단순히 컴퓨터에 깔려 있는 것을 불러오는 것일 뿐이었고 그 중엔 유료 폰트가 포함되어 있었죠.
아무것도 모른 채 그 폰트를 사용해 영상 자막을 만들었으니 참 무지했습니다.
폰트 저작권 위반으로 내용증명을 받는 케이스 중 상당수가 저와 비슷한 이유입니다.
당시, 제가 받았던 내용증명의 일부인데요.
- 발송 : 4월 19일
- 도착 : 4월 20일
- 기한 : 4월 22일
내용증명이 도착한 뒤 이틀 안에 정품 라이선스를 전달하지 않으면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보통 내용증명은 상대방에게 보름 정도의 답변 준비 기간을 줍니다.
법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관례이죠.
상대방도 정당하게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니까요.
하지만, 폰트 저작권 문제로 내용증명을 발송하는 법무법인들은 준비할 시간을 주지 않습니다.
매우 촉박한 기한을 잡는데요.
여기에는 이유가 있죠.
내용증명을 받는 상대방에게 이틀 밖에 남지 않았다는 압박감을 주기 위해서입니다.
내용증명을 받은 사람은 당연히 해당 법무법인에 전화를 해서 사정을 설명하게 되구요.
해당 법무법인은 형사고소 대신 합의를 이끌어 주겠다며 500만원 정도의 금액으로 저작권을 구입하게끔 안내하죠.
하지만, 저작권자와 법무법인이 함께 짜고 치는 고스톱입니다.
저작권자의 의뢰를 받은 법무법인은 인터넷 등을 돌아다니며 해당 폰트의 사용자들을 무작위로 골라내구요.
뒷조사를 해서 주소지를 확보한 뒤 저작권법 위반과 고소고발 등의 단어가 들어간 내용증명을 발송합니다.
당황한 상대방이 법무법인으로 전화해 사정을 설명하는 순간 이미 녹음이 되구요.
그 녹음은 폰트 무단 사용의 결정적 증거로 활용됩니다.
본인 스스로 자백한 꼴이 되는 것이죠.
법무법인 담당자는 형사고소 및 수천만원 등의 민사소송 등을 얘기하며 겁을 먹게 한 다음, 안타까운 마음에 특별히 사정을 봐주는 것처럼 적은 금액으로 합의를 봐주겠다며 설득하기 시작합니다.
내용증명을 받은 사람은 이제부터 이 법무법인이 은인이자 동아줄인 것처럼 보이기 시작하죠.
그리고 500만원 정도의 합의금을 보내면, 해당 법무법인은 성공보수로 100만원 정도를 챙기는 구조입니다.
물론, 저작권은 지켜져야 합니다.
하지만, 이걸 사회초년생이나 대학생의 레포트, 가정주부의 블로그, 학교 선생님의 가정통신문 등등...
대부분 상대방을 가리지 않고 먹이감으로 삼습니다.
오히려 사회초년생이나 가정주부들이 겁을 잘 먹기 때문에 그들을 전문적으로 노리기까지 하죠.
때문에, 그런 법무법인들을 지칭해 '폰트사냥꾼' 이란 표현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우선, 알아야 하는 것이 있는데요.
폰트 저작권이란 단순히 글씨체의 모양을 보호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글씨체를 출력하는 프로그램이 보호 대상입니다.
때문에, 예쁜 글씨를 볼펜으로 흉내내서 그렸다면 그건 폰트 저작권 위반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해당 폰트로 글씨를 표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것이 폰트 저작권 위반입니다.
현행법 상, '글씨체' 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글씨체의 출력 프로그램' 을 보호하는 것이니까요.
그럼, 해당 법무법인은 폰트 사용자에게 라이센스가 없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았을까요?
사실은 알지 못했습니다.
인터넷을 뒤적이며 무작위로 내용증명을 보낸 것이니까요.
이틀 밖에 없다는 심리적 압박감에 사용자가 법무법인으로 전화해 사정을 설명하는 순간 증거가 (자백) 확보되는 것입니다.
처음 법무법인과 통화하면 상당히 무서운 얘기를 듣게 됩니다.
특수폭행이 5년 이하의 징역인데요. 그것과 동급이죠.
법무법인은 이런 얘기를 하며 우선 상대방을 겁줍니다.
그리고, 빌고 빌며 사정을 하는 저작권 위반자의 얘기를 차분하게 들어준 뒤 안타깝다는 위앙스를 보이죠.
"원래는 안되지만 상황을 참작해서"
"적은 금액으로 합의를 이끌어 보겠다."
... 이렇게 얘기한 뒤 잠시 후에 어렵게 합의가 되었다면서 4~500 만원의 폰트 프로그램 라이선스를 구입하게 합니다.
구입하지 않으면 어쩔 수 없이 형사고소와 수천만원의 민사소송에 들어갈 수 밖에 없다면서요.
형사고소를 당하면 정말 징역이 나오게 될까요?
민사소송에 들어가면 정말 수천만원을 물어내야 할까요?
1. 형사상 책임
사업 상, 악의적으로 저작권을 위반해서 대규모의 이득을 취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그게 고의적이고 반복적이며 천문학적인 이득을 취했다면 실형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 실수 또는 무지로 인한 개인 위반자에게 실형이 나오는 경우는 없다는게 팩트입니다.
대부분 조건부로 기소유예를 받게 되죠.
저작권 교육 조건부 기소유예제도 라는 것이 있는데요.
엄청난 이득을 취한 악의적 위반자가 아니라면 대부분 기소조차 되지 않습니다.
빨간줄 가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사실 개인의 폰트 저작권 위반은 수많은 저작권 위반 중에서 가장 약한 범죄로 취급됩니다.
자, 그럼 이제 민사상의 책임을 한 번 볼까요?
2. 민사상 책임
저에게 내용증명을 보냈던 변호사 사무실 담당자는 제가 정확히 11건의 영상 자막에서 저작권을 위반했으며, 업계의 손해배상 평균액은 편 당 100만원이라고 했습니다.
고소가 이뤄지면, 형사처벌과는 별도로 1100만원의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했죠.
그게 평균적인 금액이라면서요.
그 전에 특별히 저작권자와 합의를 중재해 주겠다며 500만원을 제시했습니다.
정말 그럴까요?
민사재판이 이뤄지면 저는 정말 1100만원을 배상해야 하는 상황이었을까요?
폰트 저작권 위반과 관련해 꽤 유명한 민사 판결입니다.
악의적이지 않고, 초범 또는 단순 실수였을 경우 50만원의 합의금을 인정한 판례이구요.
다른 판례들 역시 대부분 합의금은 비슷비슷합니다.
자, 정리해 볼까요?
- 형사책임 : 교육 조건부 기소유예
- 민사책임 : 50만원 내외의 합의금
이게 일반적인 판결입니다.
여기서 하나!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폰트 저작권 위반으로 내용증명을 받게 되면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글씨체' 를 사용한 것이 아니라 '그 글씨체 출력 프로그램' 을 무단으로 사용한 것이 폰트 저작권 위반의 핵심이니까요.
즉, 영장을 들고 내 집에 처들어와 내 컴퓨터를 열어보기 전까지 그들에겐 어떤 증거도 없습니다.
위반자의 '자백' 외에는 말이죠.
일단, 온라인 상에서 해당 폰트 사용자를 무작위로 걸러낸 후 주소지를 뒷조사해 내용증명을 보냅니다.
그 중, 겁을 먹고 걸려든 무단 사용자가 법무법인에 전화해 사정을 하는 순간 자백이라는 증거가 녹음되는 구조입니다.
- 폰트 저작권자와 법무법인이 계약을 한다.
- 폰트 사용자들을 무작위로 골라낸다.
- 주소를 뒷조사하여 내용증명을 발송한다.
- 당황한 사용자가 법무법인에 전화한다.
- '자백' 이 녹음된다.
- 민/형사상의 책임을 거론하며 겁을 준다.
- 특별히 합의를 주선해 주겠다며 달랜다.
- 500만원 정도의 폰트 라이선스를 판매한다.
- 저작권자와 법무법인이 8:2 정도로 나눈다.
중간 과정이나 나눠갖는 비율 등은 약간 다를 수 있지만 대게 위 순서대로 진행됩니다.
왜 폰트 사냥꾼이란 단어가 생겨났는지 이해 되시나요?
폰트 저작권 위반 내용증명!
일단, 겁먹지 마시고 제 글을 차분하게 다시 읽어보세요.
대처 방법이 정리되실 겁니다.
이상, 후스파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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